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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달밤산책 - 사회적 거리두기

코로나 19 때문에 요즘 산책도 가능한 자제하고 있습니다.

옆 단지에 확진환자가 나온 뒤로는 더욱 조심스럽습니다.

개학이 미뤄져 집에만 있는 딸이 답답한가 봅니다. 밤 11시인데

산책을 가자고 합니다. 와이프는 집에 있고 싶다 그래서 

딸과 둘이 산책을 하게 되었습니다

 

 

 

 

 

 

 

 

보름달이 대낮처럼 밝게 비추고 있습니다

학창 시절 교과서에 실린 윤오영의 '달밤'이라는 수필이 있습니다.

주인공이 달빛이 비치는 시골을 산책하다 어느 노인의 집에 들어가서 

무청 김치 한 그릇에 막걸리를 대접받고 집으로 돌아오는 이야기입니다.

달밤의 고요한 정경과 노인의  따뜻한 인정, 그리고 그 뒤에 느껴지는 외로움,

이 모든 것들이 한 편의 그림처럼 눈앞에 펼쳐지는 고요한 달빛 같은 수필입니다.

아주 짧은 수필이지만 학창 시절의 저에게 굉장한 인상을 주었나 봅니다.

요즘도 가끔 퇴근하다 밝은 달을 보는 날에는 집에서 혼자 막걸리를 마시며

그때 느꼈던 달밤의 정취를 느낍니다.

 

 

 

 

 

 

 

 

늦은 시간이라 아파트 단지가 조용합니다.

벚꽃이 하얀 달빛과 잘 어울리네요

조용한 단지 내에서 간단하게 달밤에 체조를 해봅니다.

 

 

 

 

 

 

 

 

 

 

평소에는 사람이 많은 길인데 늦은 시간이라 아무도 없습니다.

텅 빈 직선도로를 보니 달리고 싶은 욕구가 생깁니다. 

딸도 그랬는지 갑자기 끝까지 달리기 시합을 하자고 합니다.

100미터를 12초에 달리던 나를 우습게 보네요

먼저 출발한 딸을 쫓아 뛰어갑니다.

조금 달렸을 뿐인데 숨이 턱에 올라옵니다. 그래도 딸의

뒤를 부지런히 따라갑니다

토할 거 같습니다.

 

 

 

 

 

 

 

 

 

 

달리기를 멈추고 하늘을 보고 헐떡 꺼리다 붉은 꽃잎이 날리어

저세상인 줄 알았습니다. 자세히 보니 홍매화가 이쁘게 피어있네요

 

 

 

 

 

 

 

 

 

 

잠시 숨을 고르고 쉬는데 또 직선도로가 보입니다.

늦은 시간이라 당연히 사람은 없네요

"아빠  또 저기까지 달리자" 그리고 또 뛰어갑니다.

애가 오늘 왜 이러나? 

내가 뭐 섭섭하게 해 준 게 있나 생각해봅니다.

요즘 용돈을 안 준 거 같습니다. 내일 용돈이라도 줘야겠습니다.

또 달려갑니다.

 

 

 

 

 

 

 

 

 

늦은 시간에 아무도 없는 동네를 딸과 둘이서 산책하니 좋습니다.

원래 와이프, 아들도 같이 넷이 산책을 하는데 둘이 나오니 느낌이 다르네요

더 피곤합니다. 

내일은 와이프랑 같이 나와야겠습니다.

 

딸과 둘이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면서 달빛이 비치는 벚꽃이 가득한 거리를 거닐면서

나는 참 행복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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