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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아재의 수다

50대의 공인중개사 도전기





몇 년 전 6월 말 어느 날 일요일 오후
대한민국 남성의 전형적인 휴일을 즐기는 방법인
침대에서 굴러다니기를 시전하고 있다가 우연히 100일만 공부하면 공인중개사를
합격할 수 있다는 글을 보게 됩니다.

마침 그해가 50대가 되는 해라 50살 기념으로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따자 결심을 하게 됩니다.
마음이 바뀔까 봐 바로 교재를 주문하고 가족들한테 공인중개사 100일 만에 합격한다고 큰 소리 뻥뻥 쳤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니 그냥 뻥을 친 거 같습니다.

도착한 책을 보고 바로 후회했습니다.
어마어마한 책의 두께와 분명히 한국말인데 처음 보는 단어들로 가득 차 있는 암호문 같은 책...

어쨌든 공부를 시작했지만 민법은 아무리 읽어도 무슨 소린인지 모르겠습니다.
그동안 법 없이도 살아도 될 사람이라는 말을 들으면서 삶을 살아왔기에 민법에는 관심도
없었고 알고 싶지도 않았습니다. 그리고 쉬운 말을 어쩜 그렇게 비비 꼬아서 어렵게 써놨는지
지금 생각해도 빡칩니다.

공법은 뭘 그리 외울게 많은지 외워도 외워도 끝도 없네요
힘들게 외워도
내가 손예진도 아닌데 머릿속에 지우개가 들어있는지 바로 삭제가 되네요

거기다 시험은 10월 말인데 9월부터 갑자기 회사가 바빠지게 시작했습니다.
물론 미리 밑밥을 까는 거 맞습니다.

어쨌든 29회 시험을 1,2차를 동시에 봤고 당연히 불합격했습니다.
그런데 4개 월남 짓 공부하고 운 좋게도 (?) 1차가 두 문제 차이로 떨어졌습니다.

다음 해 재수를 하면서 시험에 합격한다는 목적보다는 제대로 공부를 해보자는 맘으로 1차만 준비를 하게
됩니다. 그래서 목적대로 공부만 제대로 하고 시험은 떨어집니다.
핑계를 또 대자면 1차만 하니 느긋하게 좀 늦게 시작했습니다.
이번에도 민법 57.5점 부동산학개론 57.5점 각각 한 문제 차이로 떨어집니다.
과락이 40점이고 평균 60점 이상이 합격입니다.
계속 아슬아슬하게 떨어지나 아까워서 포기도 못합니다.

2020년 드디어 삼수생이 됐습니다.
집에서 슬슬 쪽팔리기 시작합니다.
그래서 삼수는 1월부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코로나 때문에 나라 걱정하느라
집중이 안되네요. 그래도 어영부영하다 보니 1차만 합격을 했습니다.
지긋지긋한 민법을 85점을 맞은 거에 만족했습니다.

2021년이 되고 저는 사수생이 됐습니다.
집에서도 안쓰러운지 이제 놀리지도 않습니다.
가장 체면이 말이 아닙니다.
이제 떨어지면 1차도 다시 봐야 됩니다.
무슨 일이 있어도 합격해야 됩니다.

이 시험이 고시처럼 어려우면 쉽게 포기할텐테 열심히 하면 충분히 합격이
가능합니다. 그래서 쉽게 포기도 못합니다. 한마디로 개미지옥입니다
그래서 미운 사람한테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권유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입니다.

50대 되자마자 시작한 시험인데 50대 중반이 되어갑니다.
내가 시험 볼 때 대학 1학년이던 친구 딸은 졸업반이 되었습니다.
2차만 하니 여유가 있네요. 하지만 작년에 한 번쯤은 봤던 내용인데
역시 새롭네요.
기억력이 떨어져서 어차피 까먹기 때문에 9월 10월에는 집중적으로 공부했습니다.


나이 먹어 공부를 해보니 집중력도 떨어지고 무엇보다 기억력이 금붕어 수준으로
떨어집니다. 거기에 회사를 다니면서 퇴근 후 공부를 한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죠.
어느 달은 한 달 내내 책 한 줄도 못 보는 달도 있죠. 하지만 집에서 살림하면서 애들 키우면서
공부하시는 분들은 더 대단하게 생각됩니다. 공인중개사 공부를 하면서 보니
많은 분들이 참 열심히 사시는 걸 느꼈습니다.

그래서 저도 여러 가지 새로운 도전을 하고 있습니다.
작년부터 유튜브도 시작했습니다. 독학으로 편집을
배워가면서 하고 있습니다. 제가 구독을 부탁드리려고 이 글을 쓴다고 보신다면
당신은 정확한 통찰력의 소유자입니다. 구독자가 30명뿐이 안됩니다.
이 어린 아니 이 늙은 소년의 꿈을 키워주세요.

2021년 10월30일 4번째 시험을 봤습니다.

다행히 이번에는 합격했습니다.
시험 점수는 아래 링크 유튜브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https://youtu.be/vLxddCBUGt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