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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아재의 수다

지인 자녀의 결혼식에 다녀오며...

 

 

오늘은 즐거운 일요일~

집에서 뒹굴뒹굴 감자놀이를

하는 날인데 외출을 해야했다. 지인의 딸이 결혼을 하기 때문이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중국 일부지역에서는

결혼 금지령이 내리고 가족모임도 금지한다고

뉴스에 나오던데  나도 그냥 축의금이나 보내고

집에서 뒹굴고 싶었으나 결혼식장으로 차를 몰아야 했다.

 

지인이 바로 잠시동안 스쳐가는 월급이지만 매달 통장에 꽂아주시는 고마우신

우리회사 사장님이기  때문이다. 

농담이고 사장이기전에 인생 선배이자 큰형님같이

따뜻한 분이기 때문에 진심으로 축하해 주기 위해 간것이다.

 

예식장에서 하객들을 맞이하는 사장님을 보니 평소와는 조금 다른 분위기다

상남자 스타일이던 사장님이 선비같은 분위기로 하객들을 맞이하고 계셨다.

축하드린다고 인사를 하자 웃으며 반겨주는 사장님의 모습이 기쁨과 섭섭함이 함께 교차되는 모습이다.

 

결혼식이 시작되고

신부입장을 함께 하기 위해 신부가 들어오는 문앞에서 대기하는 모습은

지금껏 보지 못했던 긴장한 모습이다.

회사가 큰 위기에 처했을때도 긴장하는 모습을 볼 수 없었는데

저런 모습은 처음이다.

 

얼마전에 나이에 안어울리게 스마트워치를 찬 손목을 나에게 내밀며 갖가지

기능을 설명하며  자랑한 적이 있었다. '애도 아니고 이 양반이  왜이러지' 생각했었는데

다음말을 듣고 이해가 됐다.

 

 "우리 딸이 사준거다" 

 

자랑하고 싶었던건 스마트워치가 아니라 사장님의 딸이었던 것이다.

 

평소 가족얘기는 잘안하시는데 유독 딸자랑은 심하게 하셨다.

그런 딸을 오늘 남은 인생을 함께할 반려자한테 보내는 날이다.

축복스런 날과 동시에 아버지의 입장에서는 아쉬운 날이기도 하다.

 

 

 

이윽고 신부입장이 시작됐다.

신부는 예쁘고 밝은 모습으로 아버지의 손을 잡고 입장했다.

결혼식은 주례없이 파티같은 형식으로 진행되었고 웃음과 환호성으로

예식장을 가득 채웠다.

 

결혼식이 진행되는 내내 고등학생인 딸이 생각났다.

10년쯤 후에는 나도 저자리에 있을텐데 안울고 잘 할수 있을까?

내 딸도 언젠가는 나를 떠나 새로운 보금자리를 찾아 떠난다고 생각하니

괜히 코끝이 시큰해진다.

 

뜨거운 박수소리와 함께 신랑신부 행진을 끝으로 결혼식은 끝이났다.

행진하는 동안 신부는 손이 계속 눈근처로 간다. 사장님이 걱정되어 쳐다보니

고개를 숙이고 계신다.  

다음주에 소주 한잔 사드려야겠다.

 

집에 운전해서 오는 내내 딸생각이 났다.

결혼하려면 아직 한참 남았는데 벌써 걱정하는 내가 우습기도 했다.

유난히 나를 잘 따르고 장난도 잘치고 나를 많이 닮았다.

아재개그를 하면 와이프와 아들은 나를 한심한 표정으로 본다.

"아빠 설마 밖에서 이러진 않으시죠" 

"이런 드립하면 잡혀가요"

하지만 우리 딸만이 낄낄거리며 받아준다.

겨울왕국2도 딸과 둘이 봤다. 아직 아빠랑 영화보러가자고

조르는 귀엽고 예쁜 우리딸.

 

집에 가자마자 딸방에 들어가 꼭 안아준다.

딸이 있는 힘껏 밀어낸다.

 

"엄마 ~아빠 이상해 " "빨리 데리고 나가"

나를 밀어내고 문을 닫는다.

 

에휴~ 빨리 커서 시집이나 가버렸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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